
저도 처음엔 팔란티어를 그저 전쟁이 나면 오르는 방산주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주가가 고점 대비 35% 정도 빠졌을 때 매수해뒀는데, 일주일 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역 동시 공습 소식이 터졌습니다.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가 사망하고, 제가 보유한 종목이 바로 이 전쟁의 핵심 두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 방산 기업이 아니라, 전쟁 자체를 설계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점을 그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CIA가 키운 데이터 전쟁의 시작
팔란티어의 출발점은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CIA와 FBI는 테러 관련 정보를 각각 보유하고 있었지만, 데이터가 서로 연결되지 않아 사전에 막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OSINT(Open Source Intelligence)라는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OSINT란 공개된 출처에서 수집한 정보를 분석해 유의미한 인텔리전스를 만들어내는 기법을 말합니다(출처: 국가정보원).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은 페이팔에서 사기 거래를 탐지하던 패턴 인식 기술을 테러 추적에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003년 설립된 팔란티어는 CIA 산하 벤처 캐피탈 인큐텔(In-Q-Tel)로부터 초기 투자 약 200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금액보다 중요한 건 CIA가 유일한 초기 고객이었다는 점입니다. 정보 기관이 직접 자금을 대고 자신들이 쓸 소프트웨어를 키운 셈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알고 나서 팔란티어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일반 기업처럼 시장에서 고객을 찾아 헤맨 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국가 안보 시스템 안에 뿌리를 내린 구조였던 겁니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추적 작전에서도 팔란티어의 데이터 분석 기술이 핵심적으로 활용됐다는 것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AI 플랫폼과 메이븐 시스템의 등장
팔란티어는 오랜 기간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 말 주가는 6달러까지 떨어졌고, 시장에서는 정부 의존도가 높은 회사가 수익을 낼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전환점은 2023년 4월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 출시였습니다. AIP란 기존 데이터 분석 플랫폼에 대형 언어 모델(LLM)을 통합해, 사용자가 자연어로 질문하면 AI가 실시간으로 답변과 예측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이 시스템이 적용된 대표적 사례가 바로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입니다. 메이븐은 드론, 위성, 레이더, 지상 정보원 등에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 분석해 표적을 식별하고 공격 우선순위를 제시하는 전장 관리 플랫폼입니다. 쉽게 말해 전쟁터 위에 떠 있는 전지전능한 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 국방부에서만 2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이 시스템을 사용 중이며, 이라크·시리아·예멘 공습에서 실전 투입이 확인됐습니다(출처: 미국 국방부). 2월 28일 이란 전역 동시 공습 작전 '장대한 분노(Operation Grand Fury)'에서도 메이븐 시스템이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적 계약은 전쟁이 끝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전 검증을 거치면서 의존도가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가는 이를 반영하듯 2023년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2025년 11월 207달러까지 올랐습니다. 3년 만에 약 34배 상승한 셈입니다. 저는 고점 대비 35% 하락한 시점에 매수했지만, 솔직히 밸류에이션 부담은 여전히 느껴집니다.
앤스로픽 퇴출과 대체 불가능성 증명
흥미로운 사건이 이란 폭격 당일 동시에 발생했습니다. 펜타곤이 앤스로픽(Anthropic)이라는 AI 기업을 미군 시스템에서 완전히 퇴출시킨 겁니다. 앤스로픽은 클로드(Claude)라는 대형 언어 모델을 개발한 회사로, 챗GPT의 주요 경쟁자 중 하나입니다. 클로드는 팔란티어 메이븐 시스템 내에서 작동하던 유일한 상용 AI 모델이었습니다.
앤스로픽은 자사의 AI가 대량 감시나 자율 무기 개발에 사용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윤리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결국 해그세스 국방장관은 "전투원들이 빅테크 눈치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앤스로픽을 시스템에서 제거했습니다. 현재 오픈AI와 일론 머스크의 xAI가 그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누가 들어오든 결국 팔란티어의 플랫폼 위에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팔란티어는 스마트폰이고, 클로드나 챗GPT는 앱에 불과합니다. 앱이 삭제돼도 스마트폰 자체의 가치는 오히려 더 커집니다.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는 "논란이 생겼다고 플러그를 뽑는 회사를 전투원이 목숨 걸고 믿겠냐"며 조건 없는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보면서 팔란티어의 대체 불가능성이 오히려 증명됐다고 봅니다. 정부와 한몸으로 움직여온 20년의 역사가 만든 신뢰와 기술 통합력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경쟁 우위입니다. 다만 선행 PER(주가수익비율) 114배라는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입니다. 선행 PER이란 현재 주가를 향후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투자자들이 기업의 미래 수익에 얼마나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참고로 전통 방산 기업인 록히드 마틴의 선행 PER은 22배 수준입니다.
실적을 보면 2025년 4분기 매출은 14억 1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70% 성장했고, 미국 상업 부문 매출은 137% 급증했습니다. 2026년 가이던스는 매출 71억 8천만 달러에서 72억 달러로, 61% 성장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핵심 계약도 탄탄합니다.
주요 계약 현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 4억 8천만 달러에서 13억 달러로 확대
- 미 육군 10년 장기 계약: 총 100억 달러 규모
- 나토 공식 채택: 6개월 만에 조달 완료, 나토 역사상 최단 기간 무기체계 도입
- 골든돈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 총 1,750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에서 AI 아키텍처 담당
제가 직접 써본 투자 경험으로는, 이런 장기 계약 구조는 전쟁이 끝나도 매출 안정성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다만 전쟁이 조기 종전되면 단기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봅니다.
팔란티어는 단순한 방산주가 아닙니다. 시가총액 3,280억 달러는 록히드 마틴과 노스럽 그러먼을 합친 것보다 큽니다. 미사일 한 발 만들지 않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세계 최대 무기 제조사 두 곳을 합친 것보다 비싼 이유는, 시장이 이 회사를 전통 방산이 아닌 AI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재 보유 중이지만, 추가 매수는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입니다. 전쟁 장기화 시나리오에서는 반등 가능성이 높지만, 밸류에이션 부담과 변동성을 고려하면 분할 매수가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글이 투자 조언이 아닌, 제 경험과 분석을 공유한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