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가 "이란을 석기 시대로 돌려놓겠다"고 선언한 직후, 솔직히 저는 당분간 증시가 바닥을 기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코스피가 3% 가까이 반등한 걸 보고 잠시 멍해졌습니다. 전쟁 확전 소식인데 왜 오르지? 그 의문을 풀어가다 보니, 시장이 트럼프보다 이란의 입을 더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이란의 호르무즈 통항 규칙, 왜 시장이 반응했나
코스피가 반등한 날, 이란 국영통신 IRNA는 조용하지만 묵직한 발표를 내놓았습니다. 이란이 오만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의정서 초안을 작성 중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란 외무부 차관 가리바디는 "이는 통행 제한이 아니라 안전한 항행 보장을 위한 조치"라고 직접 설명했습니다.
처음 이 뉴스를 접했을 때, 저는 이게 왜 호재로 읽히는지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 달 가까이 사실상 봉쇄 상태였던 해협이 어떤 형태로든 다시 열릴 수 있다는 신호로 시장이 받아들인 것이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이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수로로, 전 세계 석유와 LNG(액화천연가스) 물동량의 약 3분의 1이 이곳을 통과합니다. 이 해협이 막혀 있던 한 달 동안 국제 유가는 WTI(서부텍사스유) 기준으로 배럴당 114달러에 육박했고, 브렌트 현물은 한때 141달러를 넘어서며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유가 급등이 시장을 짓누르던 핵심 이유가 물리적 공급 차단에 있었던 만큼, "해협이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 하나만으로도 시장의 논리 흐름은 빠르게 바뀌었습니다.
- 호르무즈 해협 개방 가능성 → 유가 안정 기대
- 유가 안정 →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완화
- 물가 압력 완화 → 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대 회복
- 금리 인하 기대 → 증시 반등
실제로 장 초반 1.5% 이상 하락했던 S&P 500이 낙폭을 전부 되돌리고 0.11% 상승 마감했고, 이 흐름이 다음 날 코스피 반등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LPL 파이낸셜의 아담 턴키스트 분석가는 "주식 시장은 유가 상승이라는 리스크보다 해협 재개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출처: LPL Financial).
제가 이 상황에서 직접 체감한 건, 이란이 반드시 약자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군사력으로는 압도적 열세지만, 해협이라는 물리적 카드 하나로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을 쥐고 흔들고 있었습니다. 트럼프의 폭탄 발언이 아니라 이란 차관의 한마디가 증시 방향을 바꿨다는 사실은, 시장을 볼 때 나무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숲 전체를 조망하는 거시적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했습니다.
이번 주 시장을 결정할 핵심 일정과 변수
제가 경험상 이건 좀 다른 국면이라고 느낀 부분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미국 동맹국 40여 개국이 비밀 화상 회의를 열어 "미국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사실입니다. 영국 주도로 유럽, 중동, 아시아 국가들이 모인 이 회의는, 동맹국들이 트럼프의 판단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군사력으로 해협을 재개방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란이 제시한 통항 규칙의 핵심은 선박의 사전 조율 의무화, 통행료 부과 가능성, 그리고 적대국 선박에 대한 제한 조치입니다. 이를 두고 제가 느낀 건, 이란이 단순히 해협을 열겠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질서를 선언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전쟁 이전으로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고, 이 규칙이 정착되면 장기적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생겼습니다.
다음 주 시장 방향을 결정할 일정들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4월 7일(화): 삼성전자 2026년 1분기 잠정 실적 발표. 시장 기대치는 영업이익 40조 원 수준. HBM(고대역폭 메모리, AI 전용 고성능 메모리) 매출 비중과 2분기 가이던스가 핵심입니다.
- 4월 8일(수): 미국 3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 공개. 연준이 유가 충격을 일시적으로 보는지, 구조적 인플레이션으로 보는지 힌트가 나올 것입니다.
- 4월 9일(목): 미국 3월 CPI(소비자물가지수) 발표. CPI란 장바구니 물가, 즉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물가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연준의 금리 결정에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치입니다.
- 4월 10일(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 동결이 유력하지만, 이창용 총재의 발언 뉘앙스가 향후 방향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됩니다.
여기서 특히 CPI는 이번 주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수치입니다. 근원 CPI(Core CPI)는 전체 CPI에서 에너지와 식품처럼 단기적으로 출렁이는 항목을 제외한 지표입니다.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근원 CPI가 안정적으로 나온다면, 시장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해석하고 안도 랠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실적 역시 숫자 자체보다 외국인 수급이 중요합니다. 현재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에서 12거래일 연속 매도 중이지만, 코스피 200 선물에서는 순매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국인이 지금 당장 현물 포지션은 정리하면서도 반등 자체에는 베팅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통해 수급 데이터를 직접 확인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출처: 한국은행).
이 모든 일정을 보면서 제가 직접 느낀 것은 결국 경제는 연결되어 있다는 단순한 진리였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하나가 유가를 흔들고, 유가가 CPI를 바꾸고, CPI가 연준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주고, 그 금리가 코스피를 움직입니다. 어느 한 뉴스만 쫓다가는 전체 흐름을 놓치게 된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결국 지금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어떤 식으로든 열릴 수 있다는 기대와, 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공포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이번 주는 그 균형의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윤곽이 잡히는 주간이 될 것 같습니다. CPI 결과와 삼성전자 가이던스, 두 가지는 꼭 챙겨보시길 권합니다. 변동성이 클 때일수록 숫자보다 맥락을 먼저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