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기에서 인터넷을 켜본 적 있으신가요? 예전이라면 연결 자체가 안 되거나, 겨우 연결돼도 문자 하나 보내기 버거웠을 겁니다. 저도 해외 출장 중 기내 와이파이가 먹통이 돼 보고서를 못 올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불편함을 해소한 게 다름 아닌 우주에서 내려온 신호라면, 이 산업을 계속 '테마주' 취급할 수 있을까요?
로켓 재사용 기술이 바꿔놓은 우주 발사 비용
스페이스X의 핵심 경쟁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로켓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로켓 재사용 기술이란, 발사 후 지구로 귀환하는 추진체를 회수하고 다시 발사에 투입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유튜브에서 로켓이 역추진하며 발사대의 젓가락 구조물에 정확히 잡히는 장면을 보신 분들이 많을 텐데, 그게 바로 이 기술의 완성형입니다.
이게 왜 중요한지 저도 처음엔 잘 몰랐습니다. 그냥 신기한 기술이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발사 비용 절감이 핵심이었습니다. 기존 방식대로 로켓을 일회성으로 사용할 경우 1회 발사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지만, 재사용 기술이 도입된 이후 이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그 결과 2017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 로켓 발사 횟수가 드라마틱하게 증가했으며, 현재 미국 발사의 70~80%는 스페이스X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발사 비용이 낮아진다는 건 단순히 로켓을 많이 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저궤도 위성(LEO, Low Earth Orbit)을 대규모로 올릴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LEO란 지상에서 약 200~2,000km 사이의 낮은 궤도를 말하며, 이 궤도에 수천 개의 위성을 촘촘히 배치하면 지구 전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스타링크(Starlink) 서비스의 기반입니다. 비행기 기내에서 영상 스트리밍이 가능해진 것도, 바다 한가운데서 통신이 되는 것도 전부 이 인프라 덕분입니다. 우주 산업이 일상과 멀리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제 생활 속에 들어와 있었던 셈입니다.
스페이스X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세 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우주 발사 서비스: 정부·민간 고객의 위성을 대신 궤도에 올려주는 사업으로, 재사용 기술로 경쟁력 있는 단가를 유지 중
-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로 현재 스페이스X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군사 목적으로도 활용 사례가 증가 중
- 우주 인프라(스타십 프로젝트): 100톤 이상의 화물·인원 수송이 가능한 초대형 발사체 개발로, NASA와 협력 중이며 달 기지 건설 등 장기 프로젝트를 포함
이 세 가지를 보면 스페이스X는 단순히 '화성 가는 회사'가 아니라, 이미 돈을 버는 구조와 미래 성장 동력을 동시에 갖춘 기업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상장 예상 시가총액이 2조 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약 2,200~2,300조 원에 달한다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시총의 약 2배 수준이며, 나스닥 상장 시 시총 순위 6위 진입이 예상될 정도입니다(출처: Bloomberg).
우주 ETF로 스페이스X 상장을 준비하는 방법
'유망한 건 알겠는데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지?' 이 질문, 저도 똑같이 했습니다. 사실 저는 초기에 우주 관련 개별 종목에 직접 투자했다가 마이너스 90%를 넘기며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진 경험이 있습니다. 아직도 그 계좌는 열기가 꺼려질 정도입니다. 그 경험 이후로 개별 종목 접근은 정말 신중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미국에 상장된 우주 ETF 중 상당수가 항공 방산(Defense & Aerospace)과 우주를 한 바구니에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페이스 인덱스(순수 우주 기업 지수)와 항공 방산 섹터 지수를 비교해 보면, 지정학적 이슈나 국방 예산 증가 시기에는 방산 비중이 높은 ETF가 강세를 보이고, 기술주 상승장이나 스페이스X IPO(기업공개) 이슈가 부각될 때는 순수 우주 기업 지수가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IPO란 비상장 기업이 주식 시장에 처음으로 공개 상장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제가 직접 혼합형 ETF를 보유하면서 느낀 것도 똑같았습니다. 우주 관련 호재가 터질 때 방산 쪽이 발목을 잡거나, 반대로 방산이 오를 때 우주 쪽이 지지부진한 상황이 꽤 있었습니다. 결국 '우주에 투자하고 싶다'는 의도와 실제 포트폴리오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셈입니다.
그런 점에서 4월에 상장하는 ACE 미국 우주테크 액티브 ETF는 한번 살펴볼 만합니다. 이 ETF는 순수 우주 기업만을 선별 편입하는 컨셉을 내걸고 있습니다. 현재 예상 포트폴리오에는 스페이스X 주파수 자산 매각 대가로 약 110억 달러 상당의 스페이스X 지분을 확보한 에코스타(EchoStar), 위성 발사 서비스를 영위하는 로켓랩(Rocket Lab), 초소형 위성 기반 지구 이미지 분석을 제공하는 플래닛랩스(Planet Labs), 위성 정비용 로보팔을 개발하는 MDA 스페이스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로켓랩의 수주 잔고(Backlog) 추이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여기서 수주 잔고란 이미 계약은 됐지만 아직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미래 일감을 말합니다. 실제 매출 증가 속도보다 수주 잔고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르다는 것은, 공급보다 수요가 초과한 상태임을 의미합니다.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중장기 성장 가시성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우주 경제 규모는 2040년까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출처: Morgan Stanley).
또한 스페이스X 상장 이후 S&P 500이나 나스닥 지수에 편입될 경우,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대거 유입될 수 있습니다. 이 ETF는 그 시점에 기계적으로 편입하지 않고, 상장 직후 오버슈팅(단기 급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감안해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비중을 조절하는 액티브 전략을 취한다고 합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투자자로서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주 산업이 아직 낯설고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분명히 리스크입니다. 개별 기업 정보 접근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과 카이퍼 프로젝트, 엔비디아 젠슨 황의 우주 데이터센터 발언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보면, 이 산업이 단순한 테마로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저게 될까?'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온 게 스페이스X였습니다. 저는 그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조금 더 일찍, 그리고 조금 더 넓게 이 산업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투자 전 반드시 본인의 리스크 허용 범위를 확인하시고,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님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